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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yfrau

사소한 것들의 거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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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거룩함

고종석


깔끔하고 유려한 문장을 쓰기로 유명한 고종석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최근 몇년간 트위터의 설화로 욕을 많이 드신 것 같긴 하다만)  이 분의 책이 몇 권 있는데 글을 읽는 맛도 좋기도 하거니와 생각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도 하다. 사실 가끔 거북스러운 주장도 있긴하다.(영패주의같은거)

이 책은 선집 시리즈중 따로 주제별 한권으로 묶기 어려운 컬럼들을 한권으로 엮었다. 챕터는 그 주제에 따라 사랑의 말, 말의 사랑/도시의 기억/여자들 인데, 그 중 더 묶기 어려운 글들은 '우수리'라는 챕터로 담기도 했다.

사랑의 말,말의 사랑 : 관능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를 화두로 삼아 생각을 풀어낸 글이다. 어루만지다.가냘프다.입술 같은거.

도시의 기억 :  그간 다녔던 도시들의 느낌,경험을 그렸는데, 파리는 세 챕터에 걸쳐 상세하게 얘기한다. '모든 요일의 여행'의 작가 김민철씨도 파리는 내 도시여야만 한다는 얘기가 참 듣기 싫었는데(왜일까) 이 분도 역시 파리가 정말 좋았는지 그냥 가족들을 이끌고 몇개월(몇년?) 살기도 했다. 우리 딸도 파리를 가고 싶어하니 희한한 도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닥 그 도시의 기억이 좋지만은 않다. 뭔가 겉멋든 도시같고.

그 외 코르도바, 그라나다를 주제로 그 도시의 역사를 이야기 했는데 펜팔이야기도 섞여들어가면서 뭔가 아련한 것이 가고 싶어졌다. 스페인 여행 때 열차 예매 실수로 그라나다에서 하룻밤 묵지 못했던게 괜시리 아쉽다.

세번째 챕터 여자들  :  그야말로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진실, 마리 앙투아네트, 로자 파크스...이 챕터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사실 막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볼세비키 혁명, 프랑스 혁명 등 역사의 현장에서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여성들에 대해 내가 많이 무지했던 탓이리라.


그런데 사실 잡문모음집의 최고봉은 하루키잡문집이 아닌가. 그 책은 수상소감 한줄평 같은 것도 샅샅히 모아서 한권으로 엮었다. 읽으면서 뭐 이런 것도 책으로 내서 돈을 버나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재미있게 읽었는데 흑 부러운 인생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