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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yfrau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 - Magna puerilitas que est in me

 라틴어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저자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한 라틴어수업 내용 및 단상을 엮어서 만든 에세이다. 이 분은 신부님이자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라고 한다. 

근대/현대 대륙법의 근간은 나폴레옹법전이고, 그 법의 내용은 상당수가 로마법에서 가져왔다고 하니 법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라틴어와 만나게 되나보다. 비단 법만이 아니라 서양문명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로마라는 벽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이 서강대학교 강의는 라틴어를 매개로한 인문학강의라고 볼 수 있는데 점점 유명해져서 강의실도 커지고, 청강생도 늘어났다고 한다. (결국에는 책으로..)


사실 우리학교도 라틴어 수업이 있었다. (우리학교 라틴어수업은 전혀 유명하지 않았다.) 라틴어 수업을 듣는다는 자체가 잉여롭고, 멋져보이기 때문에 들어보고 싶었다. 다만 구멍난 학점을 메우느라 여력이 없어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나와 마찬가지로 여력이 없던 고등학교 동창이 잉여롭게도 강의를 들었다.

 - '어때? 재밌어?' 

 - '응, 재미는 있는데, 너무 외울게 많아. 학점은 안나올듯'  

 - '그럼 재미없는거네'

 - '아냐, 재미있어. 동사 하나만 가지고 다 말이돼'

그게 뭔소리냐. 암튼 그 말을 듣고 과감하게 포기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수업을 듣지 못한게 못내 아쉽다. 그깟 학점. 


사실 라틴어는 잉여롭게 취미삼아 공부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저자도 라틴어 공부의 장점중 하나로 이 어려운 공부를 하고 나면 다른 공부가 쉬워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한개 동사가 60가지가 넘게 굴절해대니 그걸 어떻게 감당하나. 그래서 그런 것들이 단순하게 변화한 것이 이탈리아어를 비롯한 로망스제어가 아닐런지.  (갑자기 궁금한게 이런 변화무쌍하고 어려운 언어를 로마시대 일반대중들이 자유자재로 사용했으려나? 정말 대단한 사람들 아닌가) 

그럼에도 공부해볼만 하다. 영어를 비롯한 유럽어의 어휘는 상당부분 라틴어에 빚지고 있어 다른 유럽어들을 익히는데에 용이할 뿐 아니라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서양사상의 진수에 한걸음 가까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다만 ROI면에서 보면 그냥 그걸 공부하는게 나을듯.) 그리고 무엇보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폼난다. 멋지다. 사실 이게 가장 큰 이유겠다.


나도 한번 공부해볼까나 내안의 멋진 유치함을 위해 (Magna puerilitas que est in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