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lyfrau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 재미있고 감각적이고 잘 팔리는 - 김은경

아주 오래전부터 글을 잘 쓰고 싶었던 건 아니다. 국민학교 시절, 독후감 숙제를 받으면 고민고민하다가 원고지 2장정도 휘갈겨서 내곤 했다. 그때도 재기발랄한 문재를 자랑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5학년때 매우매우 열정적인 담임선생님(너무 열정적이셔서 애들도 참 많이 때렸던) 의 지도하에 학급문집을 펴냈다. 나같이 평범한 애들은 일기 한두편 실린 반면 시, 소설, 수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편 올린 멋진 친구들도 많았다. 선생님과 친소관계도 한몫했겠지만 글을 기본적으로 잘 썼다 싶었다. 잠깐 부러웠다. 

글쓰기와 상관없는 학창시절을 지내다 고2가 되자 대입제도가 바뀌었다. 학력고사대신 수능을 치뤄야 했고, 본고사라는 걸 봐야했다. 나는 '논술'이라는걸 써야했다. 막막하기 그지 없었지만 대한민국은 학원의 나라. 학원수업을 받으며 엉망진창 중구난방이던 글은 입시스타일에 맞게 정돈되어갔다. 아 나도 웬만큼은 쓸 수 있구나. 그때부터였다. 글을 잘 쓰고 싶었던건.

21세기 인터넷 세상이 되자 대작가시대가 열렸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글쓰기. 물론 개똥같은 글이 넘쳐났지만 감탄을 금치 못하는 글도 많았다. 각종 게시판, 싸이월드(!), 블로그를 눈팅하며 감탄하고 부러워하며 나도! 한 글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나의 눈은 높았지만 생산력은 기대에 못미쳤다. 하하-이것도 글이라고- 무엇보다 컨텐츠가 없다는것이 뼈아팠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세상에대한 관점조차 없는건가?

옛생각에 사로잡혀 서론이 길었는데 영어공부법만큼이나 많이 사 보는 책이 글쓰기책인걸보니 나도 참 잘 하고 싶긴 한가보다.(참 많이 출판되기도 한다.다들 잘하고 싶은가보다.) 이 책은 출판편집자가 쓴 에세이팁이 짧게 가득 담겨있다. 에세이교실을 운영하면서 가르쳤던, 쌓아놓았던 비급을 대거 방출한 느낌이다. 


* 글감찾기

 무엇을쓸것인가 어떤 감정을 느꼈거나 기억에 남았던 것들에 주목하세요. 어떤지점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면 거기에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친구와 통화를 한다고 가정하고 그 기억이 팔딱이는 사이에 글로 쏟아내는 겁니다..몇 번인가를 반복하다 보면 주제를 낚아내는 자신만의 기술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리고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겠지요.(p.32)
 OO일기는좋은기획 내가 무언가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매일 그것을 적어보는 것은 좋은 기획입니다. 요가를 다니고 있다면 요가 일기를, 달리기 일기도 좋고, 미싱 일기, 산책 일기도 좋고, 술, 라면 등 뭐든 좋습니다. 두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글쓰는 습관만들기, 하나는 성장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p.175)

* 문장력기르기

 첫문장에시간을투자할것 첫 문장에는 되도록 개인적이고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무언가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p.35)
 좋은문장이란무엇인가 좋은 문장의 기본은 '가독성'입니다. 멋을 부리는 것은 그다음입니다.(p.48)
 어디까지묘사할것인가 묘사란 읽는 이에게 어떤 것을 경험하게 할것인가의 문제입니다.(p.66)
 너무나매력적인주관적문장들 매력적인 글에는 내가, 혹은 나의 시선이 충분히 녹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주관적 글쓰기가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다음 두가지를 생각해보세요. '누구나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으나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쉽게 흘려보내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p.70)
 문장수집이라는멋진취미. 좋은 문장을 모아보세요..저는 좋은 문장을 모으는 것이 취미입니다만 (p.83)
 책에밑줄을그어라. 밑줄을 죽죽 긋고 메모를 해가며 읽는다면 그 책은 언제든 쉽게 펼쳐보게 됩니다. (p.85)

 

다음에 읽고있는 책이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인데 사소한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엮는 품이 대단하다. 진정 이 분처럼 쓰고 싶다. (아주 예전에는 하루키, 그 다음은 김연수였는데 또 바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