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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yfrau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김영민

정치학자인 김영민교수의 정치를 주제로 한 에세이... 인줄 알았는데 1장은 뭔가 그런 듯 하더니 뒤로 갈수록 이것 저것 시의성있는 단상을 엮은 것이.. 이거 뭔가 컬럼인 것 같다.

일단 인간은 정치와 뗄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즐거운 비유와 함께 전제한 후 정치참여를 독려....하려는 건가? 어떻게 하라는 거지? 정말 즐겁게 킥킥대며 읽었는데 주제는 잘모르겠네. 

다음 책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매우매우 궁금해고 아마 언젠가는(어쩌면 바로?) 읽어볼 것 같지만 웬지 어떤 글이 있을지는 알 것 같은 느낌이군.


누구에게도 인생은 쉽지않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가능한 한 무임승차자가 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낸다는 뜻이다.
평범하고 바르게 살고 싶은 보통 사람의 소망을 돌보고 실현하는 데 정치가 있다.
최소한의 인간 존엄마저도 정치를 우회해서는 좀처럼 가능하지 않다.
인간이 그저 행복해지는 게 불가능할 때 정치가 시작된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이며, 그 문제를 다루는 데 정치가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무릇 천하의 재앙 중에서 담백하게 욕심이 없는 상태보다 더 참담한 것은 없다.”...연암 박지원(朴趾源) <명론(名論)>
어떤 선망하고 욕망할 것이 있기에 사람들은 귀찮음을 이기고 세상에 나와 그 욕망의 대상을 좇는다. 마침내 경제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정치가 필요해진다.

권력을 싫어하거나 좋아하기 이전에 권력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이 세상이 현상대로 유지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권력이 필요하다. 
현상의 변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권력이 필요하다. 
사무실이 현상대로 유지되기를 원하면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야 하고, 청소기를 돌리려면 동력이 필요하다. 
거실의 탁자 배치를 바꾸려면 탁자를 들어 옮겨야 하고, 탁자를 들려면 힘이 필요하다.
혼탁한 정치판을 바꾸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권력이 필요하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철저한 개혁이라고 중얼거려본들 정치판은 변하지 않는다. 
권력이 있어야 소망하는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애써 선거를 치러 리더를 선출하는 것도 누군가는 싫어할 수 있는 권력을 창출하는 작업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권력을 창출하지 않으면 많은 일을 도모할 수 없다. 
방역도 해낼 수 없고, 백신도 만들 수 없고, 치안도 유지할 수 없다. 
권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도대체 해낼 수 없는 것들을 해내기 위해 분산된 권력들을 그러모아 집중시킨다....
그래서 정치는 파워를 지향하고, 파워는 소프트 파워를 지향하고, 소프트 파워는 생각 없음을 지향한다. 
진짜 소프트 파워는 먹음직스러운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같다. 저걸 왜 먹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혹은 생각할 틈이 없다. 당신은 이미 먹고 있으니까! 다 먹고 나서 제정신이 돌아온 뒤에야 자신이 왜 먹을 수밖에 없었는지 비로소 자신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정당화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제조업체의 몫이 아니라 소비자의 몫이다. 마치 궁극의 정치적 정당화가 권력자가 아니라 추종자의 몫인 것처럼.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정말 정신 건강에 좋아.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면 되는 거야!.
모자라는 욕망을 좇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목전의 상황에 함몰되지 않고 전체를 볼 수 있다.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선, 이것이야말로 리더의 핵심 자질이다.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정 욕망에 함몰되어서는 안 되고 대상과 늘 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 
모자를 사랑하지만 모자를 좇아서는 안 된다.
그에게는 몰입의 쾌감 대신 아득한 피로와 슬픔이 있다. 그것이 전체를 생각하는 리더가 치러야 하는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