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lyfrau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 장하준 (김희정 번역)

11월이 되었는데 책 읽는 속도가 지지부진하여 회사 도서관에서 이북들 빌려보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책.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힘든 책을 골랐다 싶었는데 와- 엄청나게 재미있다.! 음식재료로 시작해서 경제학으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넘어가는 유려한 문장력이라니. 그동안 이 분의 책을 몇 권 봤는데 이 책을 제일 쓰고 싶어했던 것 같다. 뭔가 즐겁게 써내려간 느낌.

동의하(고 싶)은 주장들이 많아서 더 행복했던 독서였음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 추정하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지난 몇십 년 동안 세계를 주름잡으면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루저’라고 조롱당하거나 (이기적인) 저의를 품고 있다고 의심받는다.
행동주의나 제도주의 경제학 이론이 제일 주목받는 세상이었다면 인간이 더 복합적인 동기를 지닌 존재고, 이기적 동기는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 믿음이 팽배했을 것이다. 이런 학파들의 시각을 따른다면 사회를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여러 동기 중에 특정한 것을 장려할 수 있고, 심지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동기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의 ‘경제 기적’이 근면, 절약, 교육을 강조한다고 알려진 유교 문화 덕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어느 문화에서 이런 덕목을 강조하지 않는가?
개인의 경제적 행동과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데서 문화는 정책에 비해 그 영향력이 훨씬 약하다는 점이다. 그 점은 도토리를 먹는 한국인에게나 도토리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에게나 마찬가지다.
역사를 살펴보면 높은 생활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오직 산업화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다시 말해 혁신과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주된 근원인 제조업 분야를 발달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화를 통해 생산 능력을 더 높이면 자연이 우리에게 가하는 제약을 ‘마법처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칠흑처럼 새까만 석탄에서 선명하기 그지없는 새빨간 염료를 뽑아내고, 허공에서 비료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 않고도 땅을 몇 배로 늘리는 것이 마법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거기에 더해 이런 능력을 갖추고 나면 긴 기간 동안 높은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초석과 같은 재생 불가능한 광물 천연자원, 또는 멸치를 먹고 사는 새들의 분비물로 만들어진 페루의 구아노처럼 재생 가능하지만 과잉 채취로 결국 늘 ‘바닥이 나고야 마는’ 천연자원과는 달리 한번 습득한 기술이나 능력은 고갈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화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 늘, 적어도 지난 2세기 반 동안은 항상 존재해 왔던 현상이다. 그리고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지면에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 경제학자, 경영 전문가 등은 줄곧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노동력을 절약하는 기술 도입에 저항하는 것은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짓이라 꾸짖어 왔다. 그랬던 기자들과 논평가들이 왜 이제 와서 갑자기 일자리 자동화의 영향에 대해 걱정을 늘어놓는 걸까? 계급적 위선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 오지 않는가? 전문가 계급에 속한 이들은 자기네 일이 자동화의 물결에서 안전하다고 확신할 때는 새 기술의 도입에 거부감을 보이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러다이트Luddite’라 쉽게 비난할 수 있었다 (19세기 초 영국의 섬유 산업 노동자 중 섬유 기계를 때려 부수면 일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을 러다이트라 부른다). 그러나 이제 자동화가 그들과 그들의 친구들—의사, 법조인, 회계사, 금융인, 교사, 심지어 저널리스트까지—이 속한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하자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실업, 심지어 로봇이 자기네 분야 전체를 완전히 대체해 버릴 수도 있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뒤늦게 맛보고 있는 것이다.
자동화는 지난 250년간 계속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우려하고 위협받는 것처럼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진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자동화로 인해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동화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자동화는 일자리를 파괴하는 장본인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 기술이 홀로 일자리 숫자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재정 정책, 노동 시장 정책, 특정 산업 부문에 대한 규제 등을 통해 원하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탈산업화가 되는 주요 원인은 수요의 변화가 아니라 생산성의 변화다
이 나라들의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감소하고 서비스 부문의 중요성이 증가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탈산업 사회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설명하는 것처럼 공산품에 대한 수요보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절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주로 서비스 부문보다 제조업 부문의 생산성이 훨씬 더 빨리 높아지면서 서비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졌기 때문이다.

PS : 무려 영어로 출판되었고 이 건 역서네. 원어로 읽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