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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yfrau

세상에서 가장 큰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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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집


작년에 정확히 12월31일 자정이 가까워서 50권을 채웠는데 올해는 열흘정도 일찍 50권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뭔가 쉬운책들만 읽은거 같기도 한데, 암튼 읽었음.

작년쯤에 갑자기 돌아신 한겨레 기자였던 구본준씨의 글 모음이다. 

건축을 좋아하기도 하고, 글도 유려하게 잘 써서 블로그도 수시로 들어가서 업데이트 확인하고 했는데 갑자기 부고 소식을 들어서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좋은 사람들은 일찍 가고 세상은 악인들로 가득차있구나..)

이 책은 큰 집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큰 집을 지을수 있다는 건 그 만큼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이 많다는 것이고, 그래서 종교건축이나 왕의 건축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조선조의 대표적인 종교건축은 종묘다. 유교를 신봉했던 조선은 절을 크게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왕이 불교에 귀의할라치면 사대부들이 들고 일어나는 통에 뭔가 멋진 사원은 남아있질 않다. 다만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공간인 종묘는 심혈을 기울였고 그 덕에 세계인이 칭송하는 멋진 건물이 되었다고 한다. 

종묘는 조선왕들의 신위를 모신 곳이다. 처음에는 건물이 작았으나 모시는 신위가 늘어나면서 가로로 길쭉해졌는데 그 단순함이 멋지다.

나는 언제 종묘를 가봤나. 중학교때 사생대회를 간 곳이 종묘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성인이 되어서 궁들은 돌아보았는데 종묘는 안갔던 것 같다.

종묘의 건축학적 칭송은 익히들어 알고 있었지만 문외한이 얼마나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이세신궁은 독특한 건축물이다. 건물자체는 고대일본의 단순한 양식을 가지고 있지만 20년마다 건물을 부수고 그 옆자리에 똑같이 새로짓는 건물이다. 건물자리가 두배가 됨은 물론이요, 똑같은 재료의 건물을 만들기 위한 숲을 주변에 수만평 조성해놓았다하니건물 자체는 소박하나 계속 새 건물인 어찌보면 호사스러운 건축물이다. 

건물자체는 영원하지 못함을 깨닫고, 만드는 방법을 영원히 지속되도록한 것이다.. 인간은 유한하나 DNA는 영원한것 처럼

경복궁과 자금성.

저자는 자금성이 워낙에 큰 것이니 경복궁의 규모에 기죽지 말라고 하면서도, 경복궁의 규모가 자금성에 못지않았다고 한다. 다만 일제가 마구 훼손하여 지금 형태로 쪼그라진 것이라고 한다. 변방에 사는 구차한 변명같긴 하지만 사실이라고 하니 뭐. 

작으면 어떤가 자금성은 자금성이고 경복궁은 경복궁인걸. 굳이 비교하자면 삭막하고 크기만한 자금성보다는 뒤에 산이 버티고 아늑하게 앉아있는 경복궁에 한표를 더 주고 싶다.

암튼 자금성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크기도 하지만 경복궁처럼 큰 줄 모르게 아늑하게 지은것이 아니라 그 규모를 느낄 수 있도록 과시적으로 지었다. 그리고, 안과 밖이 확실히 구분되어 안에서 밖을 볼수없고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주변 나라가 기가 죽도록 의도적으로 그렇게 지었다는 얘기도 있나보다.


다시한번 느끼는 거지만 글을 쉽게 잘 쓰신다. 더이상 새로운 글들을 만날 수는 없겠지만 가끔 블로그에 들러봐야지.http://blog.hani.co.kr/bonb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