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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yfrau

다시, 피아노

다시 피아노 : PLAY IT AGAIN 아마추어 쇼팽에 도전하다 - 엘런 러스브리저

침대에서만 읽어내려간 책. 정말 두꺼웠다. 거의 몇개월동안 읽은듯.

가디언 편집장인 중년의 저자가 쇼팽 발라드1번을 청중들 앞에 두고 연주해보고자 마음먹는다. 1년이면 아이도 어떻게 되지않을까, 고작 한곡인데. 그거가지고 이렇게 두껍게 책을 냈다고? 쇼팽발라드 1번을 들어봤다. 와, 좋다. 근데 진짜 어렵다. 이게 된다고? 암튼 결국 해내기 까지의 일지다.  그 어려운 곡을 1년동안 열심히 준비 해서 무대에 올리려고 하지만 세상이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그 와중에 꿋꿋히 시간을 억지로 쪼개서 연습하고, 별장까지 짓고(!) 결국 (일정은 좀 미뤄졌지만) 해내고 만다는 줄거리. 기자답게 일상을 꼼꼼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하지만 너무 길다.)

편집장이라는 타이틀을 잘 이용해서 여러 유명 연주인들로부터 쇼팽발라드1번에 대해 인터뷰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보통 십대에 도전을 하고 기술적으로는 완성된다고 한다. 그 후 쇼팽을 멀리하기도 하고, 더더욱 몰두하기도 하고.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인데 감탄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나도 맘을 다시 잡고 악기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잠깐함.


어쩌면 문화는 인생의 하반기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
간단히 말하면,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십시오.. 한 시간도 좋고, 한 시간 반도 좋습니다. 두 시간이면 더욱 좋겠네요.
베넷은 취미에 열정을 쏟으며 지내다 보면, "한 주의 시간 흐름이 빨라지고, 삶에 열의가 더해지며, 당신의 직업이 아무리 시시하다고 할지라도 거기에 흥미가 붙는 게 느껴질 것"이라고 호언한다.
실력이 나아지는 과정도 단순한 선형이 아닌 듯하다. 어떤 부분이 문득 연주가 순탄하게 되었다고 해서 다음 날 같은 부분을 반드시 더 빠른 템포로 더 완전하게 연주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다. 시간은 있다. 아무리 정신없이 바쁜 삶이라 할지라도 시간은 있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면 시간이야 여기서 10분. 저기서 10분, 하는 식으로 야금야금 모으면 그만이다.
중년에 접어든 지도 한참인 두뇌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은 신경 회로를 전면 가동해 새로운 과제를 받아들일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알았을 때는 기분이 무척 삼삼했다.
그러니까. 아니, 너무 늦지 않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