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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걸

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 호프 자런

여자 과학자의 자전적 이야기다. 아주 유명한 책이다. 표지가 저엉말 이쁘기도 하고(올해의 표지상 유력후보), 목차가 재미있어 보여서 읽게 되었는데 (사실은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이  칭찬해서 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게 읽었으나 자전적인 이야기는 지루해서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여자 과학자의 생애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퀴리부인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과학자 아닌가. 이런 친구들은 내 주위에도 많다. 그리고 읽는 내내 조금만 공부에 관심이 있으면 세계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강의할 수 있는 여건이 샘났나보다. 읽는 내내 눈에 안들어왔다.ㅋ

다만 학문에 대한 깊은 생각과 사랑이 엿보이는 나무, 식물에 대한 이야기들은 멋진 비유와 통찰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내용만 따로 모아서 책을 내줬으면 좋겠다.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팔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첫 뿌리가 감수하는 위험만큼 더 두려운 것은 없다. 운이 좋은 뿌리는 결국 물을 찾겠지만 첫 뿌리의 임무는 닻을 내리는 것이다. 닻을 내려 떡잎을 한 곳에 고정시키는 순간부터 그떄까지 누리던 수동적인 이동 생활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 작은 뿌리는 자기가 앉아 있는 그 장소에 몇 년, 수십 년, 혹은 수 백년의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점칠 기회를 딱 한 번 가진다.  뿌리는 그 순간의 빛과 습도를 감지하고 자기 속에 내재된 프로그램으로 정보를 점검한 다음 글자 그래도 몸을 던져 뛰어든다.
어쩌면 곰팡이도 공생관계를 이루어 살면 혼자서 외롭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흙은 생물의 영역과 지질학의 영역 사이에 생긴 긴장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나타난 낙서같은 것이다.
나무의 유일한 에너지원은 태양이다. 광자가 잎의 색소를 자극하면 부지런한 전자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고리를 만들고 늘어선 다음 한 전자에서 다음 전자로 태양에서 받은 흥분감을 전달한다. 그렇게 해서 생화학적 에너지는 세포들을 건너 그 에너지가 필요한 지점에 정확히 도달한다. 식물 색소인 엽록소는 크기가 큰 분자로, 숟가락 모양의 엽록소의 가운데 파인 부분에는 소중한 마그네슘 원자 하나가 앉아 있다.15킬로그램의 이파리에 연료 공급을 하는 엽록소에 필요한 마그네슘의 양은 하루에 하나씩 복용하는 비타민제 열네개에 든 양과 같다.
층층나무가 모든 조건이 완벽한 아름다운 여름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한자리에 안전하게 눌러 앉아 꽃을 피울 때, 칡덩굴은 고집스럽게 한 시간에 1인치씩 자라면서 다음에 임시로 머무를 집을 찾아 헤맨다.
살지 않아야 할 곳에서 번창하는 식물이 잡초다. 우리는 잡초에 대담성에 화를 내지는 않는다. 모든 씨앗은 대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화를 내는 것은 잡초들의 눈부신 성공이다. 인간들은 잡초밖에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놓고 잡초가 많이 자란 것을 보면 충격을 받은 척, 화가 나는 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