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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yfrau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 어느 '어도락가'의 삶과 공부 - 신견식

듀게의 쿠융훽님, 신견식님의 2번째 에세이다. 

이 분은 그야말로 언어덕후신데 덕후스러운 면이 많이 드러났던 전작에 비해 평범한 에세이가 나왔다. 그래도 이런저런 방대한 어휘지식으로 동음이의어를 마구 사용하여 치는 아재개그 여전하다. 게다가 요새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언어발달의 미묘함을 세밀하게 캐치해가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나도 이런 저런 언어에 관심이 많아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도 배워보고 여행갈때마다 그 나라의 간단한 인사말뿐 아니라 글자를 읽는 법을 익힌다던지 숫자 세는 법을 익힌다던지 하는데 그 이상 깊이 내려가지는 못하겠더라. 일단 영어를 너무 못하니 다른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이 사치 같고, 이 나이 먹도록 영어가 이거밖에 안되나 자괴감 들고 그렇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고. 요런 종류의 책이 나오면 안 읽어보고는 못 배기겠다. 특히 나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언어와 언어가 만나면서 어휘가 변하는 모습이나 새로운 단어가 차용되거나 피진, 크레올이 만들어지는 것이 흥미진진한데 이 분은 그런 지식에 있어서도 탁월하니 부럽기도 하고, 글을 많이 써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암튼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 흥미진진하지는 않았으나 파파고의 시대에 번역가의 고민이라던가 가족이야기는 참 좋았고, 일본어의 잔재를 무조건 배척하는 언어순화에 거리를 두자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