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문구 : 나는 작은 문구들의 힘을 믿는다 - 김규림
핸드폰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시대, 문구류도 핸드폰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도 기록의 중심을 편리하고 놀라운 기능을 제공하는 메모앱과 필기앱들로(게다가 언제어디서나 꺼내볼 수 있는 그 연결성) 많이 이동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묵혔던 빈 노트를 꺼내어 뭔가를 적어봐야겠다 싶다.
나도 문구류를 좋아한다. 가성비를 심하게 따지고,게으른 성격탓에 덕후까지는 될 수 없겠지만 가끔 얇은 펜으로 획수 많은 한자나 일본어등을 사각사각 적고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지곤 하는데 그 느낌을 잊은지 오래된 것 같다.
다시 그 기분을 느껴봐야지. 놀러가면 문방구도 가서 노트나 펜도 좀 사고. 아 여행가고 싶다.
생각해보니 나는 굳이 수고를 들이는 일들을 좋아한다. 칼로 연필을 깎고, 매일 시계의 태엽을 감고, 일력을 뜯고, 전기포트를 놔두고 가스레인지에 물을 끓인다. 이런 비효율성을 감내하는 건 그만큼 마임에 여유가 있는 걸 뜻한다. (바쁠 떈 일력도 밀리고 시계도 멈춘다.) 그래서 나는 내 일상 속에 항상 쓸데없는 일들이 조금씩 자리하고 있기를 바란다. 빠르게 움직이는 일상 속에 수고로운 것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다는 건 잘 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기에.
종이 취향이라는 것이 생기다니, 좀 멋진 일 아닌가. "저는 백색보다 미색용지. 도공지보단 비도공지. 중량은 100그램 이상의 두터운 용지를 선호합니다" 라고 괜히 있어 보이는 말도 해볼 수 있고 말이다.
문구인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서울의 3대 문방구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홍대의 호미화방, 고속터미널의 한가람 문구, 남대문의 알파문구 본점이다.
일력. 365다이어리. 체크리스트와 플래너.
여행과 문방구, 썩 좋은 조합이다.
연말이면 일본의 서점과 문구점에 깔리는 문고본 다이어리 마이북은 매일매일 한페이지씩 써서 365페이지를 채우면 나만의 책이 되는 콘셉트의 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