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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 곽재식의 기후시민수업 - 곽재식

이 책은 그러니까 일종의 논설문이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설득하는 목적을 가진. 그렇다고 하면 나에게는 매우 성공한 논설문이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북극곰뿐만 아니라 우리도 고스란히 입을 것이라는 것. 하지만 모든 것이 늘 그렇듯이 그 피해는 평등하지 않고 약자부터 입게된다는 것. 대충은 알고있었지만 뭔가 문제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기분이다. 다음 차는 불편해도 무조건 전기차다. 

- 기후문제는 국가마다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에 정말 해결하기 정말 어려운 문제다. 그래도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인류는 어찌저찌 잘 살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피해의 불평등은 심화되겠지.

- 그런데 비닐봉지를 안쓰고 에코백을 이용한다든지, 1회용 컵을 안쓰고 텀블러를 쓴다든지는 대세에 큰 영향은 없는 것 같다. 뭔가 기후변화대응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정도? 다만 관련 여론을 형성에서 나도 이렇게까지 하니 정책도 그 방향으로 움직여라던가 기업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의 의미는 있겠다. 그마저도 민주국가에서나 작동하는 방식이군. 뭔가 진짜 확실히 작동하는 정책이나 획기적인 기술이 나와야 할 듯 (곧 나오지 않을까? 과학자 화이팅! 이과 만세!)

- 그런데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홍수, 태풍, 혹서, 혹한...우리나라는 그런거 일상적이지 않나. 그렇다면 결국 기후변화는 모든 지구가 헬조선화 되는건가.

- 뭔가 천천히 읽고 있자니 곽재식 작가가 말하는 것 같다. 격동500년이나 철파엠 편의점을 너무 많이 들었나보다. 곽재식 특유의 삼천포로 빠졌다 돌아오는 말투가 있는데 이 책은 그 말투 그대로네.  

기후변화는 지구를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선 가뭄과 홍수, 폭염과 한파로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힌다. 
우리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난과 사고로 희생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지, 분노한 지구가 인류를 징벌하는 최후의 순간을 피하기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구름과 바람에 사죄하기 위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현대의 결론 속에는 이산화탄소가 좋은 것이라는 정반대 생각을 한 사람들의 연구 결과도 제대로 계산된 결과라면 품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긴 세월 이어진 세상 수많은 학자의 연구 도중에 편 가르기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고야 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해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은 말다툼이나 기싸움 때문이 아니라, 매일같이 온도계 눈금을 읽는 눈과 이산화탄소 측정 기구를 조작하는 손 덕택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가 당장 지구를 멸망시킬 문제는 아니라고 해도, 우리와 우리 이웃의 삶을 집요하게 괴롭힐 수 있는 대단히 골치 아픈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잘 알려진 대로 기후변화 문제는 대표적인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고, 죄수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a다. 그 때문에 해결하는 방법이 엉켜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차를 되살아나게 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다른 기술 분야의 발전에도 비슷한 방향의 전략을 기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획대로 가두어놓고, 틀에 맞추어 제약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술을 좀 더 자유롭게 시도해보게 하는 제도가 꼭 필요할 때가 있다.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자유롭게 발전하고, 새로운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시도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질 때, 의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생각이 등장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수소 기체는 어디에서인가 캐내어 쓰는 자원이 아니라 전기를 저장해두는 수단에 가깝다. 말을 만들어보자면, 수소 기체는 에너지 자원이 아니라 에너지 저장 수단이다. 혹은 에너지 저장 매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수소 기체를 만들 수 있는 주원료는 어디에나 있는 물이다. 그러므로 전기가 남아돌 때, 전기로 물을 바꾸어 불태울 수 있는 연료를 만든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렇게 만든 연료, 즉 수소 기체는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가볍고 깨끗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도 없고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하면 전기를 얻기에도 유리하다.
내일의 종말이 아닌오늘의 반지하 침수.
새로 건설된 관청 건물이 왜 저런 모양이 되었냐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수군거릴 때, “저것이 시장의 정치 사상을 상징한다”거나 “저것이 도지사가 좋아하는 동물 모양이다”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저런 모양으로 건물을 지어야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진다”고 말하게 된다면, 그 건물의 모습은 그것만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간혹 몇몇 나라 언론의 기사들을 보다 보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어떤 신분의 차이처럼 나뉘어 있으며, 개발도상국은 영원히 가난하게 살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무심코 스며 있는 글을 접하곤 한다. 그러나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기후변화 문제를 따질 때에는, 세상이 계속해서 변화해 결국 개발도상국들의 생활 수준도 선진국만큼 향상되기를 바라는 방향이 옳을 것이다.
이 사실은 기후변화 문제를 풀기 위해 세계가 힘을 합칠 때 언제나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선진국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사는 개발도상국에서도 다들 자동차를 타고, 전기를 사용하고, 냉방과 난방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할 만큼 잘사는 미래와 그러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어든 미래를 동시에 이루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런 고려를 곁들이면 기후변화를 줄이겠다는 목표는 더욱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같은 행성에서 같이 사는 사람인데, 포기할 수는 없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