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보기의 기술 :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인생이 끝나기 전에 - 톰 밴더빌트

뭔가 한번 해보는 것의 장점과 해내는 팁,기술 따위를 뇌과학과 곁들여 설명해주는 자기계발책인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저자가 성인이 되어서 본인의 커리어와 상관없는 그림, 서핑 같은걸 배우고 (잘하지는 못하지만) 성장하는 수기같은 책이다. 나도 했으니 너도 하고 싶었던것을 할 수 있다는.
저자는 딸이 배우는 곳을 데려고 다니고만 있다가 (끝날때까지기다리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이 싫어 같이 하는 것을 택했다. 이를테면 체스, 서핑같은 것들. 그러다가 다른 것들에 도전하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도전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체스, 노래 (합창단까지), 서핑부터 시작해서 저글링도 배우고 보석공예까지 배운다. 전형적인 딜레탕트의 삶.
부럽다.
저글링 교습까지 있는 뉴욕이라는 환경과 나름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E성향인 저자의 상황이 뒷받침되었기에 어느정도 가능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
나도 이것저것 잘하지는 못하지만 종목을 가리지 않고 배우고 싶었던 때가 있었고 실제로 찔끔해보기도 했다. (그러고보면 '일단 해보기'로는 성공한 셈이다.) 이를테면 발레, 라틴어, 첼로 등등. 사실 초보의 수준도 못미치고 건드려만 보고 그만둔 것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시간과 돈과 약간의 쑥쓰러움 (내가 있어야할 곳이 있지 않은 느낌이랄까) 혹은 실력이 잘 늘지 않아서 라고 그동안 핑계대봤는데 많이 아쉽긴하다. 게을러서 일지도. 역시 뭐든지 꾸준함이 중요함.
암튼 다시 맘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는 하네. 뭘하지? 일단 저글링을 해보고 싶어졌다.
누구나 반드시 초보자가 된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유명하지만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창시한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의 시각으로 본다면, 딸은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한 것이었다.
즉, 서툴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면서도 짜릿함을 느끼는 단계의 초보자를 위한 책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혹은 ‘왜 해야 하는가’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당신이 뭔가를 더 잘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기보다는 뭔가를 배울 때 기분이 더 나아지게 해주는 책에 가깝다. 이 책에서는 당신이 몇 살이든 상관없이 인생을 마법처럼 보이게 하는, 작지만 큰 변화를 가져다주는 행동을 다룬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을 다룬다. 그리고 그 중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배우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노래나 그림 등을 배우는 활동이 직업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되지는 않는다.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경우에도 그렇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뭔가를 배우는 활동은 자존감을 높이고 새로운 역량을 키워줌으로써 ‘스트레스 완화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배우는 행위는 우리에게 이롭다. 노래나 서핑과 같은 배우려는 대상이 우리에게 이롭다는 뜻만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이롭기는 하다. 이는 나중에 다시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행위 자체의 이로움이다. 어떤 기술을 배우는지는 사실 상관이 없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사고방식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노래를 배우면 음악을 듣는 방식이 달라지고, 그림을 배우면 인간의 시각계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용접을 배우면 물리학과 금속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서핑을 배우면 갑자기 조석표와 폭풍 전선, 파도의 유체역학에 관심이 생긴다. 새로운 기술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세상이 넓어지는 것이다.
딜레탕트
모든 연령의 초보자들에게 적용되는 교훈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각자 조금씩 다른 속도로 기술을 습득하지만, 연습량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시간이 지나면 결국 서로 엇비슷한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연습에 변화를 주어라. 지난 수십 년간 학습 분야에서 발견한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변화 연습variable practice”이라고 불리는 것의 효과다.
같은 기술을 같은 방식으로 오랫동안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술을 연습하면, 연습하는 시기에는 같은 기술만 연마하는 사람보다 뒤처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얻는다. 여러 가지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한 방법을 전부 기억하려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므로 실력이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내게 그냥 양쪽 끝으로 던지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던질 때 패턴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던지라고 말했다. 잡는 것도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계속 양쪽 끝으로 던지기만 하면 손이 알아서 잡을 거라고 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글링을 배울 때 핵심은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그냥 단순히 “한 가지 운동 문제의 해결책을 계속해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효과가 있어 보이는 한 기법을 같은 조건에서 끝없이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너무 융통성 없는 행동이다. 사소한 변수 하나만 생기더라도 그 기법은 연습했던 조건에서만큼 잘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대신 우리는 매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 다른 기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는 이를 ‘반복 없는 반복’이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단순히 공 세 개짜리 캐스케이드를 반복하며 더 오랜 시간 동안 캐스케이드를 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은 효과적인 저글링 연습 방법이 아니다. 나는 공 세 개짜리 캐스케이드의 해결책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더 빨리, 더 안정적으로 그 일을 해내야 했다.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뇌는 더 철저하게 준비한다. 문제의 답을 알고자 하는 호기심이 클수록 답을 기억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자기가 배운 것을 남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냥 배우는 사람보다 기술을 더 잘 배운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초보자들이 실수하면서 끙끙대는 모습을 보고 더 잘 배우는 것 같다. 전문가가 완벽한 모습으로 시범을 보여주더라도 결국 이 모습은 그 일을 배우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배우는 과정을 보는 것이 우리에게는 실제로 도움이 된다.
저글링을 배우든 다른 기술을 배우든,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신을 관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피드백은 오로지 강사만 해줄 수 있고, 유튜브는 해줄 수 없다. 내 저글링 강습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울프는 팔의 위치, 공을 던지는 높이, 시선의 방향을 계속 감독했다.
울프는 내가 뭔가를 잘못하면 지적해주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잘했을 때도 알려주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피드백이 실수를 고치는 진단 도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약간 다르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도전해 실패했을 때보다는 성공했을 때 피드백 받기를 선호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 학습 효과도 더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연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공을 공중에 던지는 이 사소한 행위가 뇌를 바꾼다고 주장하는 연구가 많다. “활성화 의존적 뇌 가소성activation-dependent structural brain plasticity”은 일주일 만에 발현될 수도 있다. 저글링은 뇌의 ‘처리 센터’인 회백질을 바꿀 뿐만 아니라 뇌를 감싸는 연결망인 백질도 바꾼다. 이런 변화는 운동피질보다 시각피질에서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저글링이 손과 팔을 능숙하게 움직이는 기술이라기보다 공이 어디로 가는지 탐지하고 예상하는 기술이라는 개념이 더욱 강화된다.
계속해서 초보자가 되는 것에는 한 가지 큰 장점이 있다. 마라톤처럼 힘들게 몰아 뛰는 것이 아니라 간격을 좀 두고 뇌에 여러 가지 고강도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마다 우리는 뇌를 개조한다. 즉 뇌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다시 훈련시킨다.
뇌는 우리가 이미 할 줄 아는 것을 수행할 때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더욱 강렬하게 반응한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의 뇌가 확장되지는 않는다. 뇌의 크기나 무게에는 변화가 없다. 정확하게는 내부적인 재배치가 일어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신경조직이 새로운 방법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독일 보훔루르대학교의 신경과학자 토비아스 슈미트빌 Tobias Schmidt-Wilcke가 내게 말했다. (참고로 그도 저글링을 한다!) “더 배운다고 해서 회백질이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제한된 공간 안에서 모양을 바꾸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나이 든 사람이 배움을 거듭할수록 배우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것저것 배우는 시도를 많이 할수록 젊은 사람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 이는 평생의 스포츠인 듯하다.
행복 자체를 찾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행복 자체를 목적으로 삼으면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철학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는 행복을 찾으려면 “자신의 행복 이외의 다른 대상에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상 중 하나로 ‘예술 혹은 목적’을 꼽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 묻지 말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라.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뭔가를 추구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라. 나는 여기에 한마디만 추가하고 싶다. 얼마나 ‘잘하는지’는 걱정하지 말라.
초보자가 된다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남성성의 이미지와 정확히 반대다.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로부터 배우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수영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랬듯이, 주로 여성으로 구성된 집단과 어울리는 일이 많았던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여성들은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데 마음이 더 열려 있고,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동료 초보자들을 더 많이 돕는다. <긍정심리학 저널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에서 주장하듯이, “배움에는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내가 안전지대를 벗어나게 된 계기는 부모가 된 것이었다. 부모가 되면 이상한 위치에 놓인다. 선생님인 동시에 학습자가 된다. 거의 매일, 나는 딸에게 농구공 드리블하는 법, 성냥 켜는 법, 축구공 던지는 법(직관적이지 않은 일이다) 등 뭔가를 가르치는 것처럼 보인다. 당신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런 일은 대부분 아주 옛날에 배운 것이고 이제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날 딸이 집에 수학 문제를 가지고 오면, 나는 이런 일을 아주 쉽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추정을 떨치며 갑자기 다시 배우는 사람이 된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새로운 것을 배우면 더 좋다. 인공암벽에서 줄을 잡고 내려오기, 쿠키 만들기, 새로운 게임 하기 등 어떤 것이라도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과 아이의 성장이 제로섬 게임의 경쟁 상대가 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 아이들의 학습이란 꼭 부모가 멀리 떨어져서 관리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아이들만의 것이라고 굳게 생각했던 ‘배움’이 어린 시절에 끝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끝났으니 당신이 시작할 시간이다.
#2026#책#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