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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yfrau

가벼운 고백

가벼운 고백 : 김영민 단문집 - 김영민

김영민 교수의 책이다. 역시나 그냥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재미없음에 항상 내가 과문한 탓을 하는데.
이번에는 부제로 김영민 단문집이라는 것을 놓쳤다. 알았으면 안 샀을 것 같은데..
오랫동안 글을 써오며 남겼던 주옥같은 문장들,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었던 것이다.

무라카미 잡문집과 비슷하면서 다른데 드립의 대가가 쓴 드립의 향연을 모아놓은 책이다.
재치있는 문장도 많고, 무릎을 탁 치는 글도 많은데 즐거운 독서였냐고 생각해보면 글쎄다..싶다. 
다 내가 과문한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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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해놓은 글을 지금 다시 읽었는데 앞의 말은 취소. 와 최고네.


마음과 세계의 날씨와 관계없이, 어디를 여행하고 있든지 관계없이, 읽을 책은 읽고, 할 운동은 하고, 들어올 월급은 들어오게끔  하는 생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그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당황하게 만드는 글이구나! 결국 숙제는 안 한 거고. 말 만 많은 거다. 그렇지? 그래, 흐릿한 세상이다. 분명한 건 없고 치이듯 살아간다. 나도 언제나 역겨움을 느낀다. 하지만 , 흐릿한 세상이라고 같이 흐릿할 순 없다. 산다는 건 일종의 배반 비슷한 거다. 너는 나는 우리 모두는 크는 나무고, 언제나 솟을 수 있는 샘이어야 한다. 종합은 단편에서 나오고, 생각의 정돈은 좀 더 후에 하자꾸나. 난 단지 같이 생각하고 싶었고, 내 생각 이전에 너희 생각을 파악하고 싶었다. 모호한 '반공'은 수업 시간을 통해 조금은 더 분명해질 거고, 내 변명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 더 좋은 해답은 영민이가 더 알면서 얻으리라 기대한다. 고마운 글이고, 똑똑한 글이다. 멋있는 녀석이다. 영민님! 글씨가 마음에 든다.
자기 한계를 응시하며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한계를 느끼기에 미쳐 날뛰지 않을 수 있고, 응시하기에 한계에 잡아먹히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인간의 대표적 한계는 죽음이다.
아침에 변기에 앉아 생각한다. 역시 인생은 허송하는 맛이야.
내가 권하는 휴식법은..사소한 일에 큰 충격을 받은 척하는 것이다..큰 근심이 없는 사람이나 사소한 일에 충격받는 법. 사소한 일에 큰 충격을 받은 척하면 뇌가 큰 근심이 없다고 착각하고 휴식을 취한다. 한번 해보라, 정말 효과 있다. 사람들이 재벌이나 연예인 걱정을 많이 하는 것도 다 자기 뇌를 쉬게 하고 싶어서 그러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문제를 이야기하지 말라며? 그들은 내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할 뿐이라며? 함께 고민해주지 않으니까 이야기할 필요 없다며?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문제를 이야기해주는 것은 어떤가.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 이타심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서양미술사의 지식을 가지고 유럽 여행을 하는 것과 아무런 지식 없이 유럽 여행을 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고, 인생이라는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배움을 벗하여 인생을 통과하는 일은 다르다고, 그런데 여행이란 시작이 있었으니 결국 언젠가는 끝나게 된다고, 수업 첫 시간에 말해주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했다.
오늘날 뛰어난 예술은 술 퍼먹고 기행을 일삼는 이들에게서 나오기보다는, 명징한 정신을 유지하고 지적 정확함을 추구하는 자기 단련의 족속들에게서 나온다. 예술도 그러할진대, 학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국형 의사 결정의 핵심은 결국 '생난리'가 아닐까. 논리적 토론은 실로 희귀하다. 많은 이가 생난리를 쳐서 자기 뜻을 관철한다. 살면서 배웠겠지. 이게 지름길이라고.
각자의 방식대로 귀여워야 한다.
대학 시절에는 공부, 운동, 연애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대개 그중 두가지는 반드시 선생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남자를 시험해보고 싶으면 아주아주 잘해주면 됩니다. 그릇이 큰 자는 감사할 줄 알고, 병신 새끼는 가면을 벗기 시작하지요." '남자'란에 학생,선생,친구,동료 등 다양한 항목을 넣어보자.
멸종 위기에 있다는, 사심 없는 다정함을 추구하도록 하겠다.

#2026#책#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