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1 : 생과 사의 경계,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 ~ 2013 - 이국종
ER이란 미드가 있었다. 시카고의 어느 병원 응급실이야기인데, 10시즌정도까지인가 즐겁게 감상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들도 많이 바뀌고 해서 그만뒀지만. 아마 청소년때 이 드라마를 접했으면 의대를 지망했을 것 같다.(쫌 아쉽네) 암튼, 그 드라마에 벤튼이라는 의사가 있었다. 응급실의사는 아닌것 같은데 응급실에 자주 내려와서 좀 재수없지만 아주 정확한 상황판단과 화려한 술기로 상황을 평정하곤 했었다. 이분이 바로 외상외과의(traumatic surgeon) 였다. 주로 다치고, 사고난 사람들을 수술해주는 의사. 대부분이 응급일 수 밖에 없고. 그냥 내원하는 환자를 챙기는 것보다 구조-이송-병원으로의 시스템이 아주 중요한 전공. ER을 미국은 아주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다만 후에 청구금액이 어마어마하겠지.)
이 책은 그 외상외과의인 이국종의 고군분투기다. 사실, 우리나라는 일단 주위를 안살피고, 앞뒤 안재고 달리면서 온 국가다. 그래서, 사회의 많은 부분에 구멍이 슝슝 나 있다. 게다가, 전체주의적이기까지 해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다수에 들지 못하면 피해를 보는 구조다. 그리고 많은 부분을 사람의 인력으로 갈아서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약자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분야인 응급의료, 중증외상의료 또한 큰 구멍이자 소수의 인력으로 버티고 있는 곳이다.
이 구멍을 이 분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몸으로 버틴다. 때로는 체계를 바꿔보고자 여기저기 얘기도 해보고 하는데 잘 안된다. 항상 그때뿐이다. 이렇게 힘든데 굳이 이 길을 가려는 이유가 무얼까 알것 같기도 하면서 모르겠다.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외면하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이 상황을 모르면 차라리 낫겠는데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고, 누군가 또 몸으로 때워야하는데 그걸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지 않을까. 계속 힘든 이야기들이 반복되는데 (그렇다고 보람있어 보이지도 않고.)보는 내내 우울했다. 문체도 건조하고 담담하고 냉소적이기까지 해서 더더욱 우울했다.
별개로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다. 중증외상 에피소드가 어찌 재미없을수가 있겠는가. 아덴만에서 석선장을 구해오는 이야기는 모험소설을 보는것 같았다. 이 의사선생님도 글을 참 잘 쓰네. 김훈의 글을 보는것 같기도하다. 다만 우울감이 밀려와 2권은 찾아보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