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 김영민
공부란 무엇일까라는 가르침을 제대로 얻고자 읽어 내려갔으나 공부하는 삶에 대해 쓴 에세이다. 즉 학자의 삶, 교수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글. 공부하는 삶을 진작에 놓은 학사나부랭이 직장인인 나는 공감할 수 없는 지점이 많았다.
그래도 푸핫 웃을 수 있는 기가막힌 비꼼과 은유가 넘치는 즐거운 독서였다. 그리고 독서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곳곳에 넣어놓았는데 독서가로써 이거 좋다.
그런데 다시 보니 생각보다 밑줄 친 문장이 많네. 다시 옮겨적을때 한번 거르는데 그래도 많다. 공감하는 부분이 적은 줄 알았는데 매우 아니었다!! (그새 다 까먹은것이다!) 특히 에필로그는 전체를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든다.(이것도 완전 잊고있었는데!)
세상에 대한 경험적인 지식이 쌓일수록, 세상은 모순이나 긴장이나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완벽하게 흠결이 없는 혁명가, 오직 탐욕으로만 이루어진 자본가, 오직 순박함으로만 이루어진 농민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도덕적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 혁명가, 너무 게을러서 탐욕스러워지는 데 실패한 자본가, 섣불리 귀농했다가 야반도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을 단순화하지 않았을 때에야 비로소 그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공부하는 이가 할 일은, 이 모순된 현실을 모순 없는 것처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모순을 직시하면서 모순 없는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다.
변화란 그냥 생기지 않고 좀 힘들다 싶을 정도로 매진할 때 비로소 생깁니다.
공부하는 중에 한없이 편하다는 느낌이 들면, 뭔가 잘못하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평소보다 좀 더 무거운 지적 무게를 들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율이 필요합니다.
수업 중에 불가피하게 화장실에 가야 할 사정이 생긴 사람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겁니다..노래를 부르며 강의실을 떠나는 학우의 고통을 공감하고 양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성적이 안 좋다고 여러분들 엄마가 연구실에 찾아와서 저를 괴롭히면, 저도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도 엄마를 불러올 수 밖에.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지식이 깊어지면, 좀 더 섬세한 인식을 하게된다.
섬세함은 사회적 삶에서도 중요하다. 섬세한 언어를 매개로 하여 자신을 타인에게 이해시키고 또 타인을 이해하고자하는 훈련을 할 때, 비로소 공동체를 이루고 살 수 있다.
공부가 즉각적인 쓸모와 거리가 멀면 멀수록, 묘한 '간지'가 난다는 것이다...현실적으로 무슨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언뜻 불분명한 일들에 성심껏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자기 통제력을 놓지 않은 파계승 같은 '간지'가 감돈다.
장미란 선수, 팬이에요. 오로지 공부에 집중하여 좋은 결과 있기 바랍니다. 무거운 거 들 일 있으면, 절 시키세요.
유학이 주는 가외의 선물이 하나있으니, 그것은 유학 가봐야 별거 없다는 말을 침착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똑같이 노력했어도 자발적인 자세로 공부에 임한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는 실로 크다.
자발성이 있는 사람, 스스로 동기부여를 잘하는 사람은 아무리 힘든 일도 거뜬히 해내곤 한다.
튿히 목적 없는 배움이야말로 즐거운 법. 특정 목적이나 효용에 대한 수단의 성격을 띠는 공부들, 학점을 따기 위한 공부, 자격증을 얻기 위한 공부, 돈을 벌기 위한 공부는 대개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기 어려우면, 동기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매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독서습관이 생기지 않는다면, 독서 모임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을 해야 한다. 잡념이 많은 인간은 일단 창의적이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춘 셈이다. 생각 차제가 아예 많지 않다면, 일단 경험을 확대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관습적이 되기 쉬운 이유는, 관습에 의존할수록 에너지 소비가 덜하기 때문이다. 실로 새롭게 생각하는 일은 여러모로 많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고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습관화하려 든다. 평소의 습관을 넘어서려면 평소 이상으로 소비할 여유분의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특히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공부 분야에서는 늘 관련 자료를 모으는 자세, 그리고 필요할 떄 언제드지 사용할 수 있게끔 정리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상식에서 벗어나지만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해내는 사람든 섹시하다. 그런데 덩치가 큰 상식을 때려눕히고 새로운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기하려면, 축적된 경험적 지식, 논리적 분석력, 발랄한 상상력이 모두 필요하다.
학술적인 토론의 장에서 감정의 표출은 그다지 쓸모가 없다.
비판을 감내할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비판이라면, 그것은 자신을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의 표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기 견해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발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 요약이 아니라 이처럼 분석적인 요약이다..거기에 이미 발제자의 해석이 상당히 담겨 있을 것이다.
'헬'에 부정적인 뜻만 있지는 않지 않나.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열정적이라는 뉘앙스도 있다. 오히려 선진국에 가보면 특유의 권태와 게으름이 있다. 평소 긴장 없이 살면서 힘든 일은 이주노동자에게 외주를 주는 게 선진국의 실상 아닌가. 국민을 순식간에 동원할 수 있고, 국민은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헬조선'이기에 가능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공부에 매진해본 사람만이 제대로 쉴 수 있습니다. 당겨진 활시위만이 이완될 수 있듯이, 공부라는 긴장을 해본 사람만이 휴식이라는 이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공부를 안 해서 제대로 못 쉬는 것은 부끄럽습니다.
평소에 책을 별로 안 읽는 사람은 책 읽는 일이 휴식이 될 수 없겠죠. 평소에 아무것도 읽지 않는 이에게는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겠죠. 그러나 평소에 어려운 책을 읽는 이에게 어지간한 독서는 다 휴식이 됩니다.
산책을 권합니다.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듣지 않고 그냥 걷기만 하는것이 효과적인 휴식 방법입니다.
휴식의 궁극은, 빈둥거리며 여행하기 입니다..여행은 피곤한 일이지만, 멋진 곳에 가서 빈둥거리는 일은 그 피곤을 상쇄할 활력을 줍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르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